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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직업

로컬 소리 큐레이터 : 소리의 가치를 다시 보는 시대

사람들은 보통 지역 문화를 이야기할 때 음식, 건축, 역사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한 도시, 한 마을, 한 공간에는 그곳만의 소리가 존재하고, 그 소리는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무의식적인 층위에 영향을 미친다. 바닷가 마을의 파도 소리, 시장 골목의 흥정 소리, 오래된 목조건물 안의 나무 삐걱거림. 이런 로컬 소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기억의 단서로 작용하고, 그 지역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이런 시대에 등장한 직업이 바로 ‘로컬 소리 큐레이터(Local Sound Curator)’이다. 이들은 지역 고유의 소리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때로는 사라져가는 음향 환경을 디지털로 복원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로 재구성한다. 이들은 단순한 녹음 기술자가 아니다. 소리를 문화로 다루는 감각적 전문가이며, 지역성(Locality)과 음향 예술(Soundscape)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창의 직군이다.

1. 로컬 소리 큐레이터의 탄생 배경과 필요성

키워드: 지역 소리 자료 보관, 문화유산, 소리 로컬시티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로컬 고유의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환경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강력한 자산인 ‘소리’가 존재한다. 예전의 골목길 장독대 뚜껑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소리, 전통 시장의 아침 개점 방송, 지역 사투리로 이루어진 방송국 로컬 뉴스의 톤. 이처럼 구체적인 ‘소리 기억’은 도시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일부 음향학자들과 도시연구자들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 바로 **지역 소리의 자료 보관(Local Sound Archiving)**이다. 하지만 소리를 단순히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을 넘어, 그 소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해졌다. 이 지점에서 로컬 소리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소리라는 감각을 지역 문화와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청각을 활용한 지역 경험 콘텐츠를 기획하고, 새로운 문화 자산으로 소리를 정리한다.

2. 로컬 소리 큐레이터의 주요 역할과 업무 범위

키워드: 소리 수집, 지역 콘텐츠 기획, 청각적 경험 디자인

로컬 소리 큐레이터의 일은 단순한 녹음이 아니다. 이 직업의 핵심은 ‘소리의 기획’에 있다. 첫 번째는 지역 소리의 채집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현장에서 직접 녹음하기도 하지만, 오래된 방송 자료, 주민의 구술 자료, 또는 지역 내 CCTV 음향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소리 소스를 수집한다. 두 번째는 소리의 분류와 해석이다.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이 소리가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어떤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연구하고, 청각적 메타데이터를 생성한다. 마지막으로는 콘텐츠화 작업이다. 예를 들어, 한 도시의 옛 골목길 소리를 복원하여 전시관의 청각 체험 코너에 사용하거나, 지역 관광 앱에 테마 소리로 탑재하거나, 로컬 음악가과 협업하여 음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청각 기반 경험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기획이 바로 로컬 소리 큐레이터의 핵심 업무다.

 

로컬 소리 큐레이터 : 소리의 가치를 다시 보는 시대

3. 소리 큐레이션이 가져오는 감정적·사회적 가치

키워드: 소리 기억, 감정 회복, 공동체 정체성

사람은 시각보다 청각을 통해 더 오래 기억을 간직한다. 누군가의 목소리, 특정 공간의 배경음, 어릴 적 들었던 라디오의 톤. 이러한 기억은 어떤 장소와 상황에 따라 감정적으로 강하게 결합한다. 로컬 소리 큐레이터는 이러한 감정적 연상을 기반으로 한 소리 콘텐츠를 기획한다. 예를 들어, 고향의 기차역 방송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노년층, 사라진 공장의 기계음을 통해 과거 노동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년층 등은 그 소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회복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소리는 지역 공동체에도 공통의 감각적 기억을 제공함으로써, 단절된 세대와 지역 사이를 잇는 감정적 다리 역할을 한다. 소리를 통해 공감과 회복을 설계하는 전문성, 이것이 바로 로컬 소리 큐레이터의 가장 강력한 가치다.

4. 기술을 활용한 소리의 재해석과 미래 가능성

키워드: 소리 디자인, AI 음향 분석, 공간 음향 콘텐츠

기술의 발달은 로컬 사운드 큐레이터의 활동 영역을 더욱 확장한다. 최근에는 AI 기반 음향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수집한 지역 소리를 자동으로 분류하거나 특정 감정과 연결된 음원을 추천하는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또, 공간 음향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콘텐츠와 결합한 청각 체험을 만드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주한옥마을의 밤길을 걷는 AR 콘텐츠에 실제 골목의 새소리, 한옥의 나무문 닫히는 소리, 빗소리 등을 입혀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로컬 소리 큐레이터는 기술과 감각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경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며, 미래 관광, 교육,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 로컬 소리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진입 방법과 직업적 확장성

키워드: 창작, 소리 기반 콘텐츠 제작, 감각 큐레이터

로컬 사운드 큐레이터는 현재 정형화된 교육 과정이나 자격증은 없지만, 오히려 이 점이 창의적인 진입과 개척이 가능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음향 관련 전공자는 물론이고, 영상 편집자, 작곡가, 문화기획자, 여행 작가 등도 이 분야로 진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리를 문화로 바라보는 감각’과 ‘경험을 구성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기본적인 소리 편집 기술, 현장 녹음 장비 운용 능력, 콘텐츠 기획력이 있다면 누구나 로컬 소리 큐레이터로서 활동할 수 있다. 실제로는 지역 축제 기획, 박물관 전시 콘텐츠, 지역 브랜드 브랜딩, 힐링 콘텐츠 제작 등으로 확장되며 수익 모델도 다양하다. 특히 디지털 힐링 시대에는 ‘눈보다 귀를 위한 콘텐츠’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고, 이때 로컬 소리 큐레이터는 단순한 전문가를 넘어 지역 문화의 감각적 해석자이자 치유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